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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캠핑, 게으름과 맞바꾼 자유로움

by 시리우스 하우스 2009. 10. 21.

 

[위크엔드] 오토캠핑, 게으름과 맞바꾼 자유로움

#1. 난생 처음 수염이 나기 시작할 때. 그때는 캠핑이 좋았다. 산·계곡을 찾아 텐트치고 코펠에 고추장과 꽁치캔을 넣은 국을 앉히고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았다. 국립공원에서 취사가 금지되면서 캠핑은 갑자기 ‘범죄’가 됐다. 대신 ‘콘도’가 인기를 끌었다. 방을 못빌리면 일행들은 고개를 저었다. 씻을 곳이 없다고. 화장실이 없다고 불평들을 해댔다. 곳곳에 호텔이 생겼다. 조식뷔페가 따라붙은 호텔은 로비에 들어설 때부터 기분이 설랬다. ○○아파트 몇 동 몇 호 자신의 집과 똑같은. 아니 집보다 더 잘 지은 숙소에서 여행지의 잠을 청했다. 몇 년간 그렇게 여행을 떠났다.

#2. 어느 순간 누구나 “캠핑. 캠핑”하기 시작했다. 전국에 캠핑장이 생기고. 어느 백화점이나 캠핑용품들이 등장했다. 전국 곳곳에 하나둘씩 생겼다. 실제 캠핑장엘 나가봐도 그렇다. 엄마가 취사장에서 간식거리를 준비하는 동안 아빠는 아이들과 함께 텐트를 세우고. 낙엽과 잔솔가지를 주워와 불을 지펴놓으며 즐거운 ‘놀 준비’를 한다. 캠핑장에 별빛 달빛 차가운 밤하늘이 장막처럼 내려온다. 늘어선 텐트마다 노란 가스등이 불을 밝히고. 뜨거운 커피 한잔을 놓고 앉은 한 초로의 캠퍼 앞에는 장작불이 활활 타고 있다. 이렇게 캠핑장의 밤은 시멘트 건물 속 밤과는 또 다른 분위기로 깊어간다.

◇내가 살아가며 배워야할 것은 이미 야영장에서 배웠다.

“비가 와도 걱정없도록 텐트 위에 가리개를 설치한 다음. 텐트 주변에 물이 빠지도록 배수로를 파야해. 아빠가 이쪽을 파는 것을 잘 보고. 네가 그쪽을 맡아”. “음식을 하려면 우선 바람막이를 세워야 해”. “이게 바로 풀무야. 풀무를 이용하면 산소가 들어가 불이 잘 붙어” 지난 주말 2박3일 일정으로 11회 부엉이 패밀리 전국 오토캠핑 대회가 열렸던 경기도 가평 자라섬. 노지는 ‘잠 좀 잔다’는 캠퍼 400여팀이 모여들었다. 일반 승용차로부터. 레저용 SUV. 캠핑카. 트레일러. 그리고 전문 캐러밴까지 각양각색의 캠핑차량들이 도착하고. 곧 자신들에게 주어진 사이트마다 속속 텐트가 솟았다. 그저 노지에서 잠이 든다는 것이 이처럼 매력적이었던가?. 캠핑을 온 가족들은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아이들은 호기심 반 재미 반의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아빠를 보며 마음 속으로 텐트를 치고 있다. 근사한 티비도 없고 게임기도 두고 왔을텐데 뭐가 그리 재미있을까?. 임시로 설치한 부엌과 식탁을 오가며 음식을 차리는 엄마는 또 왜 저리도 즐거운 표정인가. 하긴 엄마에게도 늘상 집에서 해오던 그런 음식준비가 아니다. 내 가족이 모두 즐겁게 야외에 나온 터라.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가사노동’을 하고 있다. 금세 거실과 침실이 붙은 근사한 집(?)를 꾸며놓은 아빠와 아이들은 “밥 줘~”하며 식탁이 차려진 타프(가림 천막)안으로 달려든다. 무거운 뚜껑을 열자 더치오븐(장작불 위에 걸어놓는 캠핑용 무쇠솥) 안에서 갓 지은 쌀밥이 방긋 웃는다. 모두 즐거운 분위기. 다만 짐 내릴 때부터 눈여겨 봐둔 꼬마만 혼자 만찬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훈제그릴 속 비어치킨(맥주캔을 받혀놓고 구운 닭요리)을 흘긋 바라볼 뿐이다.

◇별 송송. 귀차니즘 탁

손끝 하나만으로 세상의 진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현대인의 마음 속에는. 이미 유적과 명승지를 보는 여행은 닳아버린 듯하다. 새삼 걷고. 뛰고. 만들던 체험여행도 예전의 그 강한 원색이 아니다. 모든 체험을 단번에 끝낼 수 있는 캠핑의 맛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보일러 들어오는 깨끗한 콘도방에서 창문을 열고 삼겹살을 굽던 이들이 갑자기. 별 송송 박힌 하늘아래서 손에 가시가 박혀가며 서툰 장작불을 피우고 있다. 모든 것을 내가. 그리고 우리 가족이 함께. 야외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직접 배우고 해볼 수 있다. 미리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짜여져 있지 않은 캠핑여행의 재미가 현대인들의 ‘일상 탈출’에 포인트를 주기 때문이다.

거기에 발맞춰 다양한 장비의 발달은 지레 겁먹고 얼어붙기 쉬운 초보캠퍼들의 마음을 녹이기 충분하다. 손쉽게 설치할 수 있는 텐트에서부터 다루기 쉬운 방한용품. 그리고 잘 갖춰진 주방까지. 장비만을 믿고 당장 짐을 싸도 충분할 정도다.

자라섬에 만난 캠핑동호인 나의식(44·회사원)씨는 일반인들이 ‘캠핑’이란 단어 앞에서 울렁증을 느끼는 몇가지 대표적 이유인 ‘화장실이 불편해서. 샤워장이 없어서’등에 대해. “게으름에 젖어버린 탓”이라고 한 마디로 못박는다. 2003년 캠핑을 처음 접했다는 나씨는 “집에 누워서 TV를 보고. 아이들을 온라인 게임이나 실컷하게 내버려두면 휴일보내는데 그만큼 편한게 없다”며 “사실 먼길을 다녀야 하는 여행은 원래 불편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나씨는 “약간 추가되는 ‘불편함’대신 캠핑의 재미를 가지고 가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거래’인지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 오토캠핑 정보

이번 부엉이 캠핑대회를 준비한 오토캠핑(autocamping.co.kr)에는 캠핑에 대한 모든 정보가 담겨있을 뿐 아니라. 실제 매주 캠핑을 떠나는 동호인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자신의 여건과 상황에 맞는 캠핑을 골라서 떠나기만 하면된다. 함께 가는 캠핑은 동호인들과 함께 어울리며 여러가지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어 좋다. 맨몸으로 자연과 맞서는 것이기에 필요 장비를 갖추는 것은 중요하다. 초보라면 잠자리(텐트)와 취사도구부터 갖추는 것이 우선. 홈페이지에서는 캠핑용품 인터넷 쇼핑몰(ocamall.co.kr)도 운영한다. (02)522-4371.

●가볼만한 근교 캠핑장

●자라섬 캠핑장=북한강 가운데 위치한 자라섬은 육지와 연결돼 있어 가깝고 다양한 액티비티(낚시·등산·카야킹)를 즐기기 딱이다. 오토캠핑장에는 취사장. 화장실 등부터. 텐트 없이 하룻밤 임대가 가능한 캐러밴. 모빌홈(이동식 통나무집) 등이 잘 갖춰져 있다. (031)580-2700. 서울 한강시민공원 난지캠핑장=화장실·취사장·샤워장. 숙영용품 임대. 그릴. 전기 및 온수 사용가능. (02)304-0061~3. 경기 화성 해솔마을 오토캠핑장=화장실·취사장. 전기 및 온수사용 가능.(011)9182-7110 경기 파주 반디캠핑장=화장실·취사장. 샤워장 온수 및 전기사용 가능. (031)941-2121. 충남 서천 희리산자연휴양림=화장실·취사장. 전기사용 불가. (041)953-2230. 강원 고성 송지호 오토캠핑장=화장실·취사장.샤워장. 전기사용 불가. (033)680-3164. 충남 태안 몽산포 솔숲 캠핑장=화장실·취사장·샤워장·매점. 전기사용 가능. (041)672-2971.

가평·홍천 | 이우석기자 dem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