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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산행 | 산행 요령 ABC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2. 7. 17.

 

[테마특집 우중산행 | 산행 요령 ABC] 방수 대비 철저히 하면 여름 산이 더 아름다워진다
  • 글·한필석 부국장대우
방수 대책부터 보온, 취사, 막영법까지
▲ 우중산행 복장의 정석. 차양모자를 쓰고 후드를 마저 쓰거나(우측), 후드를 벗은 대신 목부위로 빗물유입을 막는 둥글고 넓은 차양모를 썼다. 왼쪽 사람은 신발위로 스패츠까지 착용, 신발 속이 젖지 않게 했다.

비가 오는 날 일부러 산을 오르기란 ‘미쳤다’ 싶을 만큼 산을 끔찍이 좋아해야 시도가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근래 국지성 호우가 잦아졌다. 특히 7~8월엔 원하지 않은 급작스런 비를 만날 확률이 높아졌다. 그러므로 7, 8월에 이어 9월 초까지도 산행 중 비를 맞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가능한 한 적극적으로 즐기겠다는 마음을 갖도록 한다.


우중산행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체온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몸이 젖으면 안 된다. 여름이라도 몸이 젖게 되면 체온은 급격히 떨어져 저체온증이 올 수 있다. 여름에 입술 파래지며 떨었던 기억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저체온증의 초기증상이다.


그러므로 우중산행을 제대로 즐기려면 채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널찍한 산길이라면 우산을 쓴 상태로 걸을 수 있겠지만 산길은 나뭇가지 등 걸리는 게 많고 경사뿐만 아니라 바윗길 등이 나타나면서 손을 써야 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옷 등 채비를 제대로 갖추고 나서야 우중산행의 묘미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


반팔, 반바지에 샌들 차림이 활동하기에는 편하지만 그런 복장으로 비를 오래 맞으면 저체온증이 오기 쉽다. 따라서 덥더라도 판초나 방수용 재킷을 착용하도록 한다. 젖어들더라도 재킷을 입는 것이 체온유지를 위해 바람직하다.


등산화  마찰력에 최우선 초점 두어야
우중산행 시 특히 주의할 점은 실족이다. 물에 젖은 바위는 말라 있을 때보다 훨씬 더 미끄럽고, 복장의 거추장스러움 등 때문에 맑은 날보다 아무래도 실족할 우려가 커진다.


실족을 피하려면 우선 신발창의 바위면 접지력이 좋은 것으로 등산화를 골라야 한다. 우중 산행 시엔 실은 방수성 여부보다는 창의 접지력에 최우선 포인트를 두어야 한다. 우리나라 산은 거의 모든 산행에서 바위지대를 만나게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경사진 바위면을 디뎌야 할 때는 신발 바닥의 흙을 탁탁 털어내야 한다. 창 접지력이 아무리 좋아도 흙이 묻은 채로 그냥 디디면 여지없이 미끄러지게 된다.


요즈음 ‘아쿠아’라는 수식어를 단 신발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대개 발바닥과 같은 높이로 배수가 되게끔 구멍을 내거나 망사 처리를 한 등산화들이다. 우중에 아예 적실 각오를 하고 이런 신발을 신는 것도 좋다. 다만 대개는 발목이 짧은 구조여서 하산길에는 발이 앞으로 심하게 쏠리며 발톱이나 발가락이 아플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조금 긴 산행에는 복숭아뼈를 보호하고 내리막에서 발쏠림이 한결 덜한 ‘발목이 긴 등산화’가 정석이다.


아쿠아 신발 중에는 발가락이 드러나거나 뒤축을 단순히 밴드 처리한 것이 있다. 이렇게 맨 살이 드러나는 구조는 바위에 다치기 쉬우므로 피한다.


집에서 출발 전 발바닥과 발가락 사이에 바셀린을 바르고 양말을 신으면 좋다. 광물질인 바셀린은 피부를 감싸는 듯한 막을 형성해 등산화에 물이 들어와도 발이 부르트지 않도록 보호한다.


요즈음 등산화가 경량화되며 발목이 짧은 운동화 모양의 신발에 방수투습성 소재를 쓴 제품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우중에 이런 신발은 최악이다. 빗물이 쉽게 안으로 들어가고, 일단 들어가면 빠져나가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발을 적시지 않을 작정이라면 발목이 긴 방수투습성 신발+방수 대책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 1 후드가 달린 방수투습성 재킷(일반용). 2 지퍼식 덧바지. 3 배낭까지 뒤덮는 우의. 4 발목이 긴 방수투습성 소재의 아쿠아신발. 5 김서림방지제.

방수 복장(상의)  통기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라
판초는 한가운데 구멍이 뚫려 머리를 내놓을 수 있는 정방형 우의로서, 한때 여름철 산행 필수장비로 꼽혔다. 그러나 날씨가 조금만 더워도 땀이 차고 다리를 휘감아 불편하다는 점 때문에 이용률이 많이 떨어진다. 최근 여러 업체에서 이런 불편함을 줄인 디자인의 판초 우의를 시중에 내놓고 있다.


판초가 불편하다면 방수용 재킷을 착용하도록 한다. 이 경우 모자가 달린 제품이 기능적인 면에서 훨씬 낫다. 모자가 없다면 목을 타고 들어간 빗물이 상체뿐만 아니라 하체까지도 젖어들게 한다. 재킷은 아무리 기능성이 뛰어나도 아래쪽 단을 타고 흘러내린 빗물이 바지를 적실 수밖에 없으므로 가능하면 상하 모두 방수용 옷을 착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느닷없이 비가 퍼부으면 일단 비를 피한 상태에서 복장을 갖추도록 한다.  짧은 시간이라면 나뭇잎이 많은 나무 밑도 괜찮다.


아무리 방수투습성 재킷이라 해도 오래도록 이어지는 장맛비에는 안쪽에 물기가 질펀해지기 마련이다. 여름 장마철에 걸을 때 나는 땀의 양은 원단의 이른바 기공(氣孔)을 통해 내보낼 수 있는 양을 훌쩍 넘어버린다. 재킷의 겨드랑이에 별도 지퍼가 있는 것은 이러한 땀의 배출을 위해서다. 장마철 산행 시엔 이 겨드랑이 통기구와 목 부위의 지퍼를 적당히 열어 내부의 습기를 적절히 내보내도록 한다.


방수가 되는 둥그런 넓은 차양의 모자를 쓰면 목 부위의 지퍼를 어느 정도 열어두는 것이 가능해진다. 모자는 이처럼 방수가 되고 넓되 비에 젖어도 처지지 않는 빳빳한 차양의 모자, 그리고 심하게 비바람이 몰아칠 때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앞 차양만 있는 모자도 지참해야 한다.


방수투습성 재킷 중 어떤 것은 후드(부착된 모자)를 뒤집어 썼을 때 눈앞까지 푹 덮어버리는 것이 있다. 대개 이런 것은 전문등반 시 헬멧을 착용할 경우를 가정해 목을 길게 만든 것이다. 우선 이런 재킷을 사지 않도록 구입 시 잘 물어보아야 한다. 또한 후드를 써도 빗방울이 눈에 떨어지는 경우가 잦다. 이런 경우 차양 모자를 써서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


방수복장(하의)  방수 덧바지가 최선이다
등산화는 젖으면 무겁고 신발 안에 물이 차면서 한 발짝 뗄 때마다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이럴 경우 발목 스패츠를 차면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마니아 수준의 도보산행객들은 비닐을 이용해 신발이 젖지 않도록 한다.


우선 장딴지가 들어갈 정도 크기에 길이가 20cm쯤 되는 비닐봉지를 준비한다. 가정용 위생 비닐봉지나 마트에서 물건을 담아주는 비닐봉지도 가능하다. 이 비닐봉지 바닥을 잘라내 위아래가 통하도록 만든 다음 발을 끼워 넣는다. 이후 비닐봉지를 무릎 아래쪽까지 끌어올린 상태에서 하단부는 양말 안으로 집어넣는다. 이어 무릎 쪽으로 올라온 비니봉지를 밑으로 끌어내려 신발을 덮고, 그 위에 바짓가랑이를 내려 덮도록 한다.


이때 너무 많이 내려 비닐의 끝이 등산화 뒤꿈치에 밟히지 않도록 조정한다. 이제 바지를 내리면 비닐도 보이지 않고, 빗물이 살갗을 타고 흘러 내려도 걱정이 없다. 단점은 등산화 발목으로 공기가 유통되지 못해 발이 덥다. 신발 속에서 나온 습기가 비닐에 갇혀 응축되어 물로 변하면서, 양말 발목 부분을 다소 축축하게 만들 수 있다.


▲ 우중 등산객들. 비가 내리면 곧바로 후드를 뒤집어 쓰면 되는 복장이다(맨 앞).

짧은 설산용 스패츠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비닐보다 방수 능력은 떨어진다. 


요즘 등산 바짓가랑이가 좁아져, 등산화 발목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되면 빗물이 등산화 안에 들어갈 수 있다. 또한 모래나 잔돌, 작은 나뭇가지 등이 신발 안으로 들어가 자꾸만 걸음이 불편해지곤 한다.


다리를 타고 흘러드는 물까지 막으려면 방수 덧바지를 입어야 한다. 덧바지는 신발을 신은 채로 곧바로 입을 수 있는 지퍼식이어야 편하다. 일일이 비가 올 때마다 신발을 벗어야 하는 구조의 방수바지는 실제로는 입지 않게 된다.


덧바지를 입었다고 해도 등산화 발목 위로 접혀 올라가면 이내 신발 안으로 물이 스며든다. 이런 일이 없게끔 항상 발목 부분이 잘 덮이도록 덧바지 가랑이를 미리 처리해 두는 것이 좋다. 이를테면 아이젠 밴드를 차듯이 덧바지 안쪽과 바깥쪽에 고리를 단 다음 신발 밑으로 끈을 돌려 묶으면 신발목 위로 접혀 올라가는 일이 거의 없게 된다. 간단하지만 이렇게 세심히 준비해 가면 거의 발이 마른 상태로 산행이 가능하다. 발에 무좀이 심한 사람의 경우 이런 준비가 꼭 필요할 것이다.  


보온 젖어도 보온 되는 의류 준비해야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걷기로 작정했다고 해도 주의할 점이 있다. 아무리 한여름이라 해도 줄곧 비를 맞으며 온몸이 젖은 채로 걸으면 저체온증에 걸릴 수 있다. 특히 찬바람이 부는 능선이나 사방이 트인 너덜겅 등으로 나설 때가 그렇다. 이런 상태가 되지 않도록 체온 유지에 신경 써야 한다. 온몸이 젖었을 때는 잠깐씩만 쉬며 지속적으로 걸어 몸이 식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젖은 상태로 겹쳐 입어도 보온성이 유지되는 의류를 지녔다가 몸이 식는다 싶으면 얼른 걸치도록 한다.


하산 이후를 고려해 여벌옷과 우산 하나쯤은 꼭 지니고 다니도록 한다.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해야 하는 등산인이라면 주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일을 삼가야 할 것이다.


시야 확보  안경 착용자들 특히 신경 써야
안경 착용자들은 안경 앞이 뿌옇게 흐려지곤 하여 실족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그러므로 안경 착용자들은 시야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몸의 다른 부위는 모두 젖은 채로 두더라도 어떻게든 안경만큼은 건조한 상태로 유지해야 할 것이다. 그럴려면 머리 부위부터 젖지 않도록 방수 모자를 써야 한다. 김 서림 방지제를 안경 안쪽에 처리한 다음 차양 모자를 써서 안경에 빗방울이 닿지 않도록 한다.


땀을 심하게 흘리게 되면 도리 없이 안경이 뿌옇게 흐려진다. 가능한 한 땀이 적게 흐르게끔 속도를 줄일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안경이 흐려질 때마다 손가락으로 안경 안쪽에 서린 김을 문질러 시야를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욕실의 거울에 김이 서릴 때 비누칠을 가볍게 하면 맑아진다. 이와 같이 미리 비누 성분을 안경 안쪽에 살짝 발라주면 김이 한결 덜 서린다.


안경을 말끔히 닦을 수 있는 마른 상태의 손수건을 별도로 젖지 않도록 비닐 안에 넣어 품에 지니면 급할 때 매우 요긴히 쓰인다.


배낭 방수 내부 비닐봉지 써라
배낭은 커버를 씌운다 해도 등판 쪽으로 스민 빗물에 내용물이 젖기 쉽다. 그러므로 장마철엔 일단 통 비닐 안에 의류를 넣은 다음 배낭 안에 넣도록 한다. 혹은 몇 가지 품목씩 별도로 비닐봉지에 넣는 것도 좋다. 


배낭 커버는 배낭 사이즈와 일치하는지 찢어진 데는 없는지 집에서 미리 씌워서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 1 우중 취사시 요긴한 초경량 타프. 2 방수가 완벽한 랜턴. 3 배낭커버를 씌우더라도 내부의 옷은 별도 방수 포장을 한다. 4 방수지도 케이스.

우중 독도 방수케이스에 광역 지도 가지고 가야
지형지물이 명확한 근교 산이라면 몰라도 외진 산에서는 자그마한 화면만 가진 GPS나 스마트폰 지도로는 제대로 길을 찾기 어렵다. 그러므로 반드시 광역을 볼 수 있는 지형도를 따로 가져가야 하는데 이 지도를 우중에도 잘 볼 수 있게 대비해 가야 한다. 빗물이 묻더라도 심하게 어른거리지 않고 등고선 등을 잘 볼 수 있게 약간 두터운 비닐 주머니에 넣어가야 한다. 또한 우중에는 지도를 다시 접거나 하기 어려우므로 사전에 산행하려는 산역을 한 번에 볼 수 있게끔 접어서 비닐 안에 넣어간다.  


우중산행 중엔 길을 잘못 들어 알바할 확률이 한결 높아지며, 맑은 날 알바에 비해 한결 짜증도가 높다. 그러므로 독도를 잘하며 짚어 나아가야 한다.


우중 조명 완전 방수되는 랜턴 필수
비오는 날 밤 하산이 늦어지면 랜턴이 특히 요긴하다. 비가 내린 이후 밤에 길을 제대로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러므로 랜턴은 반드시 방수 기능이 있는 것으로 준비한다. 만약 우중 야간산행 중에 랜턴이 갑자기 꺼진다고 가정해 보라. 난감하다.


대부분 랜턴은 생활방수 기능이 있지만 오래도록 빗속에 노출될 경우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때는 눈이 좀 부신 것을 감수하더라도 모자의 차양 아래에 쓰도록 한다.


우중 식사 간단한 타프 한 장이 요긴하다
우중산행 도중에는 간편식으로 계속 열량을 보충하면서 걷는 것이 최선이다. 빵이나 비스킷, 초콜릿과 같은 행동식이나 간식이 우중에서도 한손에 들고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점심때가 되어서도 그저 간식으로만 때우며 걷기는 뭣하다. 한편으로 김밥 같은 것을 점심으로 준비해 왔을 때는 낭패다. 이런 때를 대비해 장마철에는 간단한 타프를 한 장 지니고 다니면 좋다. 나무 사이에 대강 타프를 연결, 상체만 젖지 않게끔 해도 한결 느긋한 식사가 된다.


폭우 시에 취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취사를 해야 할 상황이라면 우선 비를 피해 버너 불을 피울 수 있는 장소를 찾아야 한다. 버너불은 바람에 가장 약하므로 비바람을 피할 장소를 찾는 게 급선무다. 굴이나 커다란 천장 바위를 발견한다면 고민할 일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가지고 있는 장비로 버너 피울 장소를 마련해야 한다.


타프나 판초가 있다면 일단 쉽다. 슬링을 이용해 판초를 나뭇가지에 걸어 펼치면 제법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나무가 없다면 등산용 폴을 판초 중앙부(머리 부분)에 집어넣고 판초 귀퉁이 한쪽은 돌로 눌러 놓은 상태에서 반대편을 들어주면 버너뿐만 아니라 취사할 만한 공간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아무튼 우중산행에 대비해 물만 끓이면 바로 취사가 가능한 인스턴트식 음식을 지니고 다니도록 한다.


또한 우중산행을 하다 보면 건강한 사람일지라도 체온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보온병에 따뜻한 물을 담아 가지고 다니도록 한다. 맹물보다는 열량을 보충해 줄 수 있는 음료수를 준비하도록 한다.


저체온증이 왔다 싶으면 얼른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젖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행 중 누군가 이런 위급상황을 만났을 때 또한 타프는 매우 요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