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명품족' 등장에 우는 서민 캠핑족 "기가 죽어서…"

 

'캠핑 명품족' 등장에 우는 서민 캠핑족 "기가 죽어서…"
기사입력 2010.08.25 11:27:00

지난해 말 우연한 기회에 오토캠핑에 푹 빠져든 회사원 최모(42)씨는 최근 가족들과 함께 경기도 자라섬 캠핑장에 갔다가 낭패를 겪었다. 그의 텐트 옆에 들어선 으리으리한 아방궁(?)이 심기를 건드렸다. 수입 사륜구동차량이 끌고 온 트레일러부터 시작해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고가의 텐트와 타프. 스토브 등이 차려지고 처음 보는 다양한 장비들이 그를 압도했다. 최씨는 아들과 함께 구경을 하다 문득 자신의 텐트가 초라하게 느껴졌고. 캠핑을 시작도 하기전에 기가 죽었다. 옆 텐트와는 먹는 것도 달랐다. 가스버너에 코펠 얹고 꽁치김치찌개를 끓이는 동안. 옆 텐트에서는 온도계가 달린 미국산 그릴 위에 립스테이크가 올라앉아 익어가고 있었다. 괜한 짜증이 났고 밤새 잠을 설친 최씨는 다음날 도망치듯 텐트를 접어 집으로 돌아왔다.

호화 오토캠핑족들의 사치에 서민 오토캠핑족들이 울고 있다. 자연을 찾아 온 가족이 기분좋게 캠핑을 떠났다가 최씨처럼 난처한 상황에 직면해 오히려 스트레스를 안고 돌아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여름 휴가성수기는 호화 오토캠핑족이 그나마 적게 출몰하는 시기이고 본격적인 오토캠핑시즌인 가을이 다가오면 위화감이 극을 달릴 것으로 보인다.

◇이것 저것 전부 구입하면 중형차 한대 값

오토캠핑이 자연과 벗삼아 쉬는 여행 트렌드로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최근 몇년 사이다. 획일적인 여행패턴에서 벗어나 텐트의 얇은 천을 사이에 두고 대자연 속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오토캠핑인구가 대폭 늘었다. 한 유명 아웃도어업계 관계자는 “현재 60만명 선인 오토캠핑인구가 앞으로 3년 내 100만명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캠퍼들의 무분별한 사치가 모처럼 붐이 일고 있는 캠핑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른바 ‘캠핑 명품족’의 지나친 장비경쟁이 위화감을 조성하며 서민 캠핑족의 ‘구축효과’를 낼 것으로 우려된다.

아이들과 추억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오토캠핑에 입문했다는 윤진모(39)씨는 “솔직히 좋은 장비를 보면 사고 싶지만 너무 비싸다. 수입브랜드중 주방세트 테이블 하나가 150만원이 넘는 것도 있다. 3만원이면 살 수 있는 삼각대가 20만원이나 하고. 1만5000원이면 충분할 더치 오븐이 37만원을 호가한다. 불쏘시개 장갑이 5만원. 침낭 하나에 62만원. 가솔린 랜턴이 45만원. 이 랜턴을 거는 작대기인 파일드라이버가 25만원이나 하는 그런 식이다. 고가의 오토캠핑 장비를 전부 구입할 경우 중형 자동차 값 한대는 나온다고 할 정도다. 나중에는 장비를 싣기 위해 차를 대형으로 바꾸는 웃지 못할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가를 선호하는 속물근성에 용품 업체만 신났다

고급장비 구입경쟁으로 신나는 것은 용품업체들이다. 아웃도어업계에 따르면 국내 캠핑용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2000억여원으로 전년도(1100억여원)에 비해 80％ 이상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3000억원 선으로 느는 등 한해 1000억원씩 커지고 있다. 잘 알려진 K브랜드를 수입하는 캠핑용품업체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같은 제품인데도 저가보다는 고가 제품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똑같은 용품을 브랜드만 다르게 해서 3종류로 출시했는데 일본에서는 저렴한 용품이 잘 팔린 반면 한국에서는 고가의 제품이 많이 팔렸다”면서 “고가의 명품을 선호하는 성향이 캠핑용품의 가격을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세태에 대해 ‘오토캠핑 바이블’과 ‘대한민국 오토캠핑장 302’를 쓴 여행전문가 김산환씨는 “지나친 것이 문제다. 일부 캠퍼들의 과시욕이 주변 캠퍼들에게 위화감을 주고 있다. 또 고가의 장비를 선호하는 그릇된 문화가 자연속에서 휴식을 취하자는 캠핑 본연의 의미를 훼손시키고 있다. 이는 아직 우리의 레저문화 수준이 성숙하지 못한 탓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장비 욕심보다는 다른 캠퍼들의 프라이버시도 존중하고 자연을 벗삼아 휴식을 취하는 캠핑의 목적을 생각해봐야할 때”라고 꼬집었다.

 

유인근기자 ink@

[텐트] 아파트 그대로 옮겨온듯…거실·주방도 있네 더 넓고 더 높아진 텐트…가족단위 캠핑족 위해 공간연출도 마음대로

◆ 가족 캠핑이 요즘 대세다

"가족 단위 캠핑족을 잡아라."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고 여가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족 단위 여행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아웃도어 업체들도 가족 단위 여행객을 위해 넓은 텐트와 다양한 캠핑 장비를 내놓고 있다. 기존 2~3인용 소형 텐트에서 벗어나 4~5인용 이상의 텐트가 주로 출시되고 있다. 특히 텐트의 경우 가족 구성원 중 누구나 쉽게 텐트를 설치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이 많다. 노영준 블랙야크 상품기획팀 과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오토캠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캠핑용품 판매율이 연간 30% 이상 급증하고 있다"며 "텐트의 경우 침실공간에서 벗어나 리빙공간으로까지 확대된 `패밀리형 거실텐트`가 중요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호영 몽벨 마케팅팀장은 "여성 등 아웃도어를 즐기는 이들이 다양해짐에 따라 이동이 간편하고 가벼운 용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캠핑에서 텐트는 가장 중요한 메인 아이템이다. 다른 것들은 다 제쳐두고라도 잠자고 생활하는 공간이 부실하면 즐기는 맛은 반감되기 마련이다. 가족 단위 캠핑족이 늘면서 일단 큼지막한 텐트 또한 필수다.

K2는 이 같은 트렌드에 발맞춰 기존 텐트에 비해 실내 공간을 확대해 활용도를 높이고 거실과 주방 등 생활공간과 침실을 분리해 공간 연출이 가능한 텐트를 선보이고 있다. 거실과 주방공간은 테이블과 의자 등의 설치와 활동이 용이하도록 180~220㎝로 천장을 높였다. 침실공간의 경우 천장 높이를 낮춰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강조했다. 방수성과 자외선 차단 등의 기능을 강화한 원단을 사용하고 텐트 입구 쪽으로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머드월(mud wall)을 적용했다.

K2 "뉴 랏지"

이 회사의 `뉴 랏지` 텐트는 침실공간과 주방, 생활공간을 별도로 구성해 오토캠핑 시 활용도가 높다. 주방과 생활공간 높이를 2ｍ로 높게 제작해 레저 테이블이나 야전침대 등을 설치해 다양하게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3방향 출입문을 적용해 내부 활동성을 높였고 8인용의 경우 투룸 형태로 제작해 독립적인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밴드 형태의 내부 텐트 연결 고리는 외부 바람에 의한 흔들림을 방지해줘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제공한다. 가격은 8인용이 100만원, 4인용 75만원, 2인용 57만원이다.

블랙야크는 캠핑 초보 입문자를 위한 `랜드 플라이`를 최근 선보였다. 내수압 3000㎜로 블랙야크만의 독창적인 시스템인 캐노피 확장 시스템을 적용해 텐트에 넓은 그늘막을 보장함은 물론 탈착이 가능해 별도의 그늘막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3폴 구조의 돔형 텐트로 설치가 용이하다. 가격은 6~7인용 기준 56만9000원. 또 지난해 완판된 랜드케이브 후속 모델인 `랜드케이브2`는 원터치로 설치가 가능한 자동형 오토텐트로 공간 활용성이 우수해 취사가 가능하며, 테이블을 놓아 활용이 가능하다. 6~7인용 기준으로 69만9000원이다.

아이더의 히어로 텐트는 중앙 폴이 밸런스를 맞춰주고 측면 가이로프(줄) 중앙에 `O`자 형태의 링을 설치해 상황에 따라 편리하게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구조는 이너텐트 위에 플라이를 칠 수 있도록 했고 이너텐트 내부에 주머니가 있어 수납이 용이하다. 천장에 창이 있어 결로 현상(실내외 온도차에 의해 물방울이 맺히는 현상) 방지와 통풍성을 극대화했다. 또 빗물이나 이슬이 텐트 안으로 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머드월 시스템을 적용했다. 가격은 4인용 59만원, 6인용 69만원이다.

이 회사의 로체 텐트는 우수한 유연성을 제공하는 프레스피트(압입식 조립) 가공법의 폴을 중앙에 설치해 외부 저항에도 형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주는 전문가용 2인용 텐트다. 특수 플라스틱 몰드로 처리된 폴로 설치가 편리하고 덮개(플라이)는 실리콘 가공 처리한 저데니어 원단을 사용해 강도가 높고 가볍다. 가격은 60만원.

경량화를 강조하는 몽벨은 총무게 1.65㎏(1인용 기준, 더플백 포함 시 1.9㎏)의 초경량 텐트 `스텔라 릿지`를 내놓았다. 슬리브 폴 삽입 형태로 설치가 편리하고 열에 강한 특징이 있다. 지퍼플랩(지퍼덮개)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심실링(봉제선 위에 테이프를 붙인 것) 처리를 해 방수성이 뛰어나고 플라이 시트와 본체가 엘라스틱 코드(고무줄과 같은 역할)와 금속제 후크로 연결돼 있어 텐트가 팽팽하게 잘 쳐진다.

별매의 플라이를 이용해 우기와 적설기에도 사용할 수 있다. 가격은 1인용 44만원, 2인용 48만원, 4인용 66만원, 6인용 89만원이다.

[박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