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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헌기장의 해봤더니] 오토캠핑

by 시리우스 하우스 2009. 12. 11.

 

[허정헌기자의 해봤더니] 오토캠핑

달리면 차, 멈추면 별장… 별 헤는 잠자리도 환상 그 자체

양양= 허정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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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군 동호해수욕장에서 맞은 아침. 세수하고 밥을 지으려면 차량의 물통을 채워야 한다. 인심 좋은 동네 주민 덕에 물 부족 사태는 없었다. ●양양= 손용석기자 st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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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4명, 차의 길이 방향으로 긴 의자에 3명까지 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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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의자 등받침과 쿠션을 의자 사이에 끼우면 성인 3명이 편하게 누울 수 있는 침대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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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등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부탄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캠핑의 필수품 가스 레인지.

 
'쏴아.'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 소리에 눈을 떴다. 잔잔한 파도 소리에 새의 지저귐이 더해져 기자를 달뜨게 했다. 소리에 맛이 있다면 새콤한 귤에 민트를 더한 상쾌함이랄까.

부스스 일어나 차창 밖 풍경을 감상했다. 아침 햇살에 눈부시게 반짝이는 모래밭이며 그 뒤로 드넓게 펼쳐진 바다가 두 눈 가득 들어왔다. 바다까지는 불과 10여 m. 캠핑카를 타고 떠난 여행은 자연 속에서 먹고, 마시고, 잘 수 있다는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왔다. 바닷가, 숲 속 어디든 차를 대기만 하면 그곳이 별장이 된다.

기자는 8일 캠핑카를 대여하기 위해 경기 남양주시 일패동 우리레저를 찾았다. 처음 접한 캠핑카는 실로 거대했다. 승합차의 운전석 앞부분만 남기고 뒤를 모두 뜯어낸 뒤 응접실 싱크대 화장실 등이 갖춰진 컨테이너를 얹은 형태다.

길이 5m73㎝, 높이 2m73㎝에 달해 1톤 냉동 탑차보다 55㎝ 길고, 35㎝ 높다. 폭도 20㎝ 넓은 2m다. 장봉완 부장은 "차체가 크기 때문에 후진할 때는 반드시 다른 사람이 봐 주거나 내려서 장애물을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30분간 사용법을 배운 뒤 드디어 출발. 강원 양양군 손양면 동호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있으나 지정된 경로는 없는 여행. 고속도로로 3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겠지만 국도를 택했다.

남양주에서 국도46호선으로 춘천까지 간 뒤 5호선을 타고 홍천 도착, 다시 44호선으로 갈아타고 한계령을 넘는 코스다. 구불구불한 국도로 250㎞ 넘게 운전해야 하니 팔다리가 피곤하겠지만 북한강 가리산(해발 1,050m) 소양강 등 볼거리가 많아 눈은 호강하겠다 싶었다.

도착 시간이 정해진 것도 아니어서 쉬고 싶을 때 쉬고, 졸리면 차를 세우고 자면 그만이다. 기자가 타고 있는 차는 캠핑카가 아니던가.

3시간여를 달려 오후 5시께 한계령휴게소에 도착했다. 벌써 해가 뉘엿거리고 있었다. 급한 마음에 외투도 걸치지 않고 차에서 내렸다가 차디찬 바람에 놀라 차 안으로 뛰어들었다. 코 끝이 알싸한 게 체감온도는 영하 10도를 밑도는 듯싶었다.

두터운 점퍼에 목도리, 장갑까지 든든하게 채비를 하고 나섰다. 끝청봉(1,604m)을 향해 숨가쁘게 솟아오르는 눈 덮인 능선들의 군무(群舞). 남설악의 장관에 기자는 할 말을 잊었다. 휴게소 주차장 바닥에 얼어붙은 듯 서 있는 동안 석양으로 붉게 물든 산은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다시 차에 올라 고민에 잠겼다. 몸이 두 개라면 하나는 한계령에 남고 나머지 하나는 겨울바다로 가고 싶었다. 아쉬움을 남겨둔 채 다시 출발했다. 가뜩이나 어두운 데다 진눈깨비까지 날려 잔뜩 긴장했다.

1시간 넘게 달려 드디어 동해를 접할 수 있었다. 긴장이 풀리자 허기가 몰려왔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아무렇게나 끼니를 때울 수는 없는 일. 목적지를 목전에 두고 북쪽으로 10여 ㎞ 떨어진 물치항으로 차를 몰았다. 1만5,000원을 주고 우럭 1마리를 사 회를 떠 달라고 했다. 싱싱한 회가 1회용 도시락 하나를 가득 채웠다.

오후 8시께 도착한 동호해수욕장. 적당한 곳에 차를 대고 인적 없는 겨울 바다의 운치에 젖어 들었다. 허기도 잊은 채 하릴없이 바다만 바라봤다. 일 갈등 스트레스 등 어깨 위에 얹혀진 모든 것들이 남의 일인 양 아득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저 겨울 바다를 같이 감상할 사람이 곁에 없다는 게 아쉬울 뿐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운전석 지붕 위에 마련된 침대에 올랐다. 성인 두 명이 누울 수 있는 넓이에 천장이 낮아 아늑했다. 응접실 테이블을 접고 의자 사이에 등받이를 끼우면 성인 세 명이 편안하게 잘 수 있는 큰 침대도 만들 수 있지만 혼자라 필요 없었다. 몸을 누이자 하늘로 향한 50㎝ 크기의 타원형 창이 눈에 들어왔다.

그 밖으로 펼쳐진 밤하늘. 또 할 말을 잊었다. 흩뿌려진 별들이 쏟아질 듯했다. 온풍기로 데워진 따뜻한 차 안에서 별을 보며 잘 수 있다는 건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행복이었다.

이튿날 오전 7시께 눈을 떴다. 동이 트고 있었다. 구름에 가려 장엄한 일출은 포기해야 했지만 뽀얀 백사장에 더 가까이 가고 싶은 욕심에 눈곱도 떼지 않고 시동을 걸었다.

혹시나 바퀴가 모래에 빠질 새라 조심했지만 결국 차가 멈췄다. 뒷바퀴가 헛돌면서 차는 모래 속으로 더욱 깊이 빠져들었다. 근처 민박집에서 삽을 구해와 모래를 파내고 바퀴 아래 돌을 집어넣었지만 허사였다. 김남규 동호리 이장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무한궤도가 달린 소형 지게차를 앞세우고 위풍당당하게 등장한 이장. 마을 주민까지 달려들어 밀고 당겨도 꿈쩍 않던 차가 경운기보다 작은 소형 지게차에 끌려 나왔다.

김 이장은 "모래가 고와 사륜구동 자동차라도 백사장에 들어가면 100% 빠진다"며 "덕분에 짐을 나르려고 구입한 지게차를 구난용으로 더 많이 쓰고 있다"며 웃었다.

1박 2일. 짧은 일정이었지만 캠핑카를 타고 떠난 여행은 평생 못 잊을 특별한 경험이었다. 백사장에서 차를 끄집어 내는 고생스러움조차 즐거울 정도였다. 서울로 돌아오는 내내 기자의 입 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일체형 캠핑카 하루 대여료 30만원… 일반 면허로 운행 가능
캠핑카는 1908년 미국 포드자동차가 만들기 시작했다. 한 집시의 주문을 받고 트럭 위에 집을 얹어 만든 것이 최초다. 유행한 것은 포드자동차 설립자인 헨리 포드가 1913년 여름 휴가 때 캠핑카를 이용하면서부터다.

한국에서는 90년대 초 세정캠핑카를 비롯해 서너 개 업체가 승합차를 개조해 캠핑카를 만들면서 대량 공급됐다. 국내 캠핑카 보유 대수는 차량 내부에 시설이 갖춰진 일체형이 500여 대, 자체 구동력 없이 견인해서 사용하는 트레일러형이 2,000여 대 수준이다.

차량 가격은 7인승인 일체형이 7,000만원대고 트레일러형은 4인승이 2,400만원, 6인승이 3,500만원이다. 대여료는 24시간 기준으로 일체형 30만원 안팎, 트레일러형 10만원 안팎이다. 다만 트레일러형을 운행용으로 대여해 주는 업체는 아직 국내에 없다. 전용 보험이 없어 자칫 사고가 나면 골칫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트레일러형은 대부분 캠핑장에 설치해 두고 이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에는 트레일러형을 구입해 차량에 달고 다니는 캠핑족들이 늘고 있다. 캠핑카 판매업체 에스제이캠핑카 강용일 대표는 "이동할 때 트레일러에 사람을 태울 수 없지만 일체형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실내 공간이 넓어 선호한다"며 "트레일러형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전용 보험 상품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캠핑카는 1종 보통, 2종 보통 등 일반적인 운전면허로 운행할 수 있다. 트레일러형의 경우 현행법상 무게가 750㎏ 이상이면 1종 특수면허를 소지해야 하는 이유로 대부분 모델이 740㎏ 안팎으로 제작된다. 주차도 별로 어렵지 않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트레일러는 대부분 무게중심이 가운데 있어 50㎏ 정도의 들어올리는 힘만 있으면 견인한 차에서 떼네 수레처럼 손으로 밀어 이동할 수 있다.

트레일러형 캠핑카를 견인하는 차는 배기량 1,300㏄ 이상이어야 한다. 강 대표는 "견인하는 차량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2,000㏄ 이상이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견인 고리는 국산 제품이 50만원 안팎, 수입산이 100만원 안팎이다. 견인 고리를 단 후 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검사소에서 승인을 받고, 해당 등록 관청에 구조 변경을 신청해야 한다.



입력시간 : 2009/12/10 21:4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