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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月18만원 10년 꼬박 내고 받는돈이…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3. 2. 1.

국민연금 月18만원 10년 꼬박 내고 받는돈이…

입력: 2013-01-31 17:10 / 수정: 2013-02-01 09:02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65세 이상 모든 노인들에게 기초연금 20만원을 주겠다는 공약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기존 가입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장기간 월 20만~30만원의 보험료를 꼬박꼬박 부은 연금 수급자들은 물론 젊은 가입자들도 각종 불만을 한꺼번에 쏟아내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게시판에는 탈퇴하겠다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올라오고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는 국민연금 의무가입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초연금과 역차별 논란

2003년 9월 정부는 60%였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연금 수령액/퇴직 전 급여)을 50%로 낮추는 법안을 만들어 국회로 보냈다. 당시 국회는 받는 돈이 줄어드는 데 대한 반발 여론에 떠밀려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다 2004년 5월 한 네티즌이 ‘국민연금의 8대 비밀’이란 글을 청와대 게시판에 올렸다.

“맞벌이 부부가 국민연금을 내다 배우자가 사망하면 아내가 낸 연금은 국민연금이 꿀꺽한다, 국민연금은 재벌 회장이나 직장인이나 똑같이 받기 때문에 재분배 기능이 없다” 등의 내용이었다. 이 글은 소득대체율 축소에 대한 반대 여론을 등에 업고 대대적인 반(反)국민연금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인터넷에 안티 카페가 생기고, 촛불집회를 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다시 국민연금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기초연금이 계기를 제공했다. 이달 초 “국민연금 적립금에서 돈을 빼 기초연금을 주겠다”는 얘기가 흘러나오자 젊은 층이 반발했다. 박 당선인은 “세금으로 하겠다”며 진화했다. 이 와중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모든 노인이 아니라 차등 지급하겠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은 기초연금을 못 받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기존 가입자들도 들고 일어났다. “그동안 어려운 살림에도 생활비를 쪼개 보험료를 냈는데 아무것도 안낸 사람과 비슷한 금액을 받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한 달에 208만원을 버는 지역가입자는 매달 18만7200원씩 10년을 내야 65세 이후에 월 22만5700원을 받을 수 있다.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안낸 사람이 더 받을 수도 있는 게 기초연금인 셈이다.


◆임의가입자도 불만

임의가입자들도 불만이다. 전업주부가 연금을 타기 위해 한 달에 8만9100원씩 10년을 내면 65세 이후에 월 15만원 정도를 받는다. 최근 국민연금이 재테크 수단으로 평가받으면서 임의가입자가 20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수급 대상에 국민연금 가입자를 배제한 채 기초연금을 도입하면 매달 국민연금을 낼 필요가 없어진다. 때문에 요즘 국민연금관리공단에는 탈퇴 여부 등에 대한 질의가 이어지고 있다.

40세 주부 정은숙 씨는 “국민연금 가입자를 제외할 경우 임의가입자만 손해를 볼 것이 분명한데 당장이라도 해약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임의가입자는 가입 탈퇴가 자유롭다. 하지만 탈퇴하면 60세가 돼야 납부한 원금과 이자를 돌려 받기 때문에 연령이 낮을수록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수위는 아직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방식은 국민연금 지급액에 따른 차등 지급이다. 국민연금을 50만원 받는 사람에게는 5만원 정도를, 20만원밖에 안 되는 사람에게는 10만~15만원 정도를 더주면 불만을 무마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만 있을 뿐이다.

◆폭발하는 불만

그렇다 하더라도 기존 가입자와의 형평성 문제는 남아 있다. 이 같은 불만은 그동안 국민연금에 대해 갖고 있는 불만들과 결합해 트위터 등을 통해서도 확산되고 있다. “국민연금 반환 운동이라도 벌여야 한다, 모럴 해저드의 극치다, 노후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지금까지 낸 돈을 돌려 달라” 등의 주장이다. 2060년 국민연금 고갈에 대한 불안감도 표출되고 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불만도 많다. 그동안 국민연금 게시판에는 “신용불량자가 되기 직전인데도 국민연금을 내야 하냐”는 불만의 글이 꾸준히 올라왔다. 국민연금은 아무리 어려워도 자신이 낸 돈을 찾아갈 수 없다. 이민을 가야 돌려받을 수 있다. 반면 공무원연금 등은 가입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해주는 제도를 갖고 있다.

이와 함께 올해가 5년마다 돌아오는 국민연금 재정 재계산의 해라는 점도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재계산을 하면 고갈을 늦추기 위해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더 올리거나, 받는 것(소득대체율)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