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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캠핑,기타자료/북한산 둘레길

연산군묘… 송시열 선생 암각… 이 길엔 역사가 숨쉰다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1. 4. 14.

 

연산군묘… 송시열 선생 암각… 이 길엔 역사가 숨쉰다

입력 : 2011.04.14 08:00

다음달 개통 앞둔 도봉산 둘레길

국립공원 북한산 둘레길 도봉산 구간 26㎞가 5월 말 개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도봉산 둘레길이 마무리되면 지난해 9월 개통한 북한산 구간 44㎞에 이어 북한산 둘레길 70㎞가 모두 연결된다.

도봉산 구간은 서울 우이동 우이령옛길에서 시작해서 사패산~송추를 거쳐 양주 교현리 우이령옛길 끝 지점까지 연결되는 길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이 길을 8개 구간으로 나눠 구간별로 테마를 정했다.

1구간은 우이령입구~정의공주묘까지다. 연산군묘를 비롯하여 세종의 둘째 딸 정의공주와 부군 양효공 안맹담의 묘 등이 있어 왕실묘역길이라고 이름 붙였다. 2구간은 정의공주묘~무수골까지 방학동길, 3구간은 무수골~다락원까지 도봉옛길, 4구간은 다락원~원도봉까지 다락원길, 5구간은 원도봉~회룡탐방지원센터까지 보루길, 6구간은 회룡탐방지원센터~안골계곡까지 안골길, 7구간은 안골계곡~원각사까지 산너미길, 마지막 8구간은 원각사~우이령입구까지 송추마을길이라고 각각 주제별 이름을 붙였다.

북한산 둘레길을 만들고 있는 국립공원관리공단 탐방시설과 박기연 팀장과 윤대원 차장 등의 안내로 도봉산 구간 26㎞를 미리 돌아봤다.

도봉산 둘레길을 찾은 시민들이 보라색 진달래가 꽃망울을 터뜨린 산길을 걷고 있다. 뒤로 도봉산 만장봉 정상이 보인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ho@chosun.com
연산군을 만나다

서울 우이동에서 출발했다. 도선사 올라가는 버스 정류장의 공영주차장 앞이다. 도로에 '북한산 둘레길 도봉동 →'이란 이정표가 눈에 띈다. 방향을 따라 산자락으로 접어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적 제362호로 지정된 연산군묘가 나왔다. 연산군묘 옆으로 연산군묘 재실과 원당샘, 방학동 은행나무, 세종 둘째 딸 정의공주묘 등 서울의 역사를 대변하는 문화재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길을 걸으며 서울의 역사도 배우는 기분이다.

길은 도봉산 자락으로 이어진다. 호젓한 분위기다. 곳곳에 활짝 핀 진달래가 군락을 이뤄 운치를 더하고 있다. 정상으로 가는 등산객들이 맛보지 못했던, 완만하면서 푹신푹신한 길의 연속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걷기 좋은 코스다.

무수골까지 한걸음에 내달았다. 키 큰 소나무들이 길 주변을 에워싸고 있어 여름에도 덥지 않을 것 같다. 저 멀리 도봉산 정상 만장봉도 보인다. 소나무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만장봉은 웅장함 그 자체다. 길 주변에 진달래가 만발해 있고, 간혹 생강나무도 노란 꽃을 피워 화려한 색을 뽐내고 있다.

신선이 놀던 계곡을 가다

철불좌상이 있는 도봉사에 도착했다. 고려시대 철불로 추정된다고 한다. 길을 걸으면서 경관도 즐기고 사색도 할 수 있다. 역사를 보는 기쁨은 덤이다.

도봉산 입구로 내려왔다. 우암 송시열 선생의 '道峰洞門(도봉동문)'이란 글씨가 새겨진 커다란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송시열 선생이 도봉서원을 참배하고 서원 앞 계곡에 남긴 글씨다. 동문은 동천(洞天)으로 들어가는 문이란 뜻이리라. 동천은 예부터 신선이 놀던 계곡을 말한다. 그러면 지금 우리는 동천으로 들어가는 셈이 된다. 깜빡 과거로 흘러들어간 느낌이다.

도봉옛길을 지나 다락원길로 접어들었다. 이제부터 서울시계를 벗어나 의정부다. 바로 앞에 미군부대가 있다. 군부대 옆이라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길이다. 군부대와 군 벙커들이 눈에 많이 띈다. 서울을 지키는 마지막 방어선 역할을 하는 곳이란 것이 느껴졌다.

사패산 보루길도 있다. 삼국시대 고구려 석축성으로 추정되는 보루(堡壘·적의 침입을 막기 위하여 돌로 쌓은 구축물)라고 한다. 예로부터 의정부 일대는 수락산과 아차산 등으로 이어지는 전략 요충지였다.

이성계의 왕조 창업과 관련하여 무학대사의 중창기록이 있는 천축사, 회룡사 등을 지나 의정부 직동공원을 통과했다. 시(市)가 공원 안에 통나무집을 지었는데, 주말에 이용객이 넘쳐난다고 한다. 그만큼 공원 분위기가 운치 있다.

동두천과 포천이 보인다

도봉산 둘레길 중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게 산너미길이다. 올라가면서 숨이 목에까지 찬다. 전망대 바위라고 불리는 빨간 바위에 올라섰다. 의정부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서울 동부와 저 멀리 동두천과 포천까지 보인다.

능선에서 내려와 계곡으로 하산했다. 지금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아 발길이 뜸하지만 조그만 계곡 옆으로 둘레길이 생기면 이용하기 편해진다.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에 발을 담그고 땀을 식힐 수도 있다. 산너미길은 둘레길이지만 등산의 맛도 즐길 수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박기연 팀장은 "도봉산 둘레길은 멀리 교외로 나가지 않아도 도시 인근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코스"라며 "6월 중순 도봉산 청소년수련원이 완공되면 둘레길과 함께 가족 단위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명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교통 가이드

서울 우이령길 입구에서 출발하려면 지하철 7호선 노원역에서 내려 1144번 버스를 타고 우이동 입구에서 하차하면 된다.

4호선 수유역에서 120번, 153번 버스를 타고 도선사 입구에서 내려도 된다. 버스 정류장 부근에 공영주차장이 있어 승용차를 세울 수 있다. 10분당 400원.

지하철 1호선 도봉산역에서 도봉탐방지원센터, 망월사역에서 원도봉탐방지원센터와 안말공원지킴터 등으로 접근이 가능하고, 회룡역에서 범골공원 지킴터로 가도 된다.

양주 교현탐방지원센터에서 접근하려면 3호선 구파발역에서 내려 34번, 704번을 타고 교현리 우이령 입구에서 하차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