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등산,캠핑,기타자료/국민연금관련..

슈퍼甲 국민연금공단, 곪은 비리 도려낸다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1. 7. 12.

슈퍼甲 국민연금공단, 곪은 비리 도려낸다

세계일보 | 입력 2011.07.11 18:53

 
증권사 부당 선정·전관예우 등 우월적 지위 악용 끊이지 않아
내달까지 기금운용 개선안 마련…투자 결정·인력관리 대대적 손질


[세계일보]

국민연금공단이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굴리는 돈은 340조원이 넘는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줄 역할을 하는 세계 연기금 가운데 4번째로 큰 규모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은 '슈퍼갑(甲)'으로 통한다. 하지만 규모에 비해 관리에는 온갖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지위를 악용한 비리도 끊이질 않는다. 급기야 보건복지부는 11일 국민연금기금 운용혁신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국민연금에 '메스'를 대기로 했다.

위험관리와 내부감시 기능이 약화된 탓일까. 국민연금이 거대한 '공룡'으로 커 가면서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는 국민연금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산과 제도 운용 등을 둘러싼 거래 증권사 부당 선정과 국내외 부동산 투자 수수료 과다지급, 해외 주식·채권 운용 문제 등 이 같은 비리를 막기 위한 준법감시인 등도 제 역할을 못했다.

기금운용본부 소속 일부 간부들이 전직 공단 간부가 소속된 증권사의 등급을 높여주거나, 마음에 안 드는 증권사는 등급을 낮췄다가 적발됐다. 기금운용본부의 A 전 실장은 지난해 4분기 증권사 평가 당시 공단의 비위사실을 국회에 제보한 N증권사를 '응징'하려고 이 증권사를 선정 대상에서 탈락시켰다.

지난해 프랑스 오파리노 쇼핑몰의 명목 투자수익률이 적정투자 기준인 6.7%를 밑도는데도 투자를 승인했다. 2009년에는 극동빌딩을 매입하면서 운용사에 주지 않아도 될 수수료 14억4000만원을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리스크관리실은 오히려 평가에 참여하는 여러 부서의 평가 결과를 사전에 비공식적으로 취합해 주식운용팀에 제공했다. 내부를 철저하게 감시해야 할 준법감시인은 자신에게 실질적인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투자부서의 투자결정을 그대로 수용했다.

이같이 연금의 자산운용 등을 둘러싼 비리 등이 끊이지 않은 것은 기금운용본부가 지나치게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데 따른 부작용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공단은 지난해 7월 공단이 1대 주주인 회사의 대표이사에 외부 인사 참여 등 적정한 절차 없이 공단 출신 인사를 선임하도록 했다. 공단은 지난해에도 개인정보 외부 유출로 홍역을 치렀다.

복지부는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국민연금기금 운용혁신 TF'를 구성해 다음달 중순까지 기금운용 전반의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혁신 TF는 논의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3개 주제별 작업반을 운영한다. 우선 투자결정 시스템 작업반은 ▲거래 증권사·위탁 운용사 평가기준 합리화와 정보공개 범위 확대 ▲평가 프로세스 합리적 개선 방안 검토 ▲기금운용본부 내부 위원회의 운영 투명성 제고 방안 검토 등 역할을 담당한다.

내부통제체계 작업반은 전관예우 등 이해 상충 방지 강화 방안, 개인거래 제한 규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제도 및 시스템 개선, 운용 점검 및 자가점검 시스템 재정비 등을 담당한다. 인력관리 시스템 작업반은 각종 비리 방지를 위한 처벌 및 인센티브 시스템 보강과 준법교육 강화 방안 등을 다룬다. TF는 앞으로 2개월간 활동을 통해 국민연금 비리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키로 했다.

그러나 업무 연관성이 작지만 최근 감사에서 주의를 받은 준법감시인이 이번 혁신 TF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이상영 복지부 연금정책관은 "최근 감사 결과는 기금이 제대로 관리·운용되는지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감사원이 지적한 미비점을 보완하고 운용 전반의 투명성 제고와 신뢰 확보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준식 기자 mjsi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