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파도가 불러주는 자장가에 스르륵 잠이 듭니다
- 입력 : 2010.07.01 16:22
바닷가 캠핑 24시 태안 구례포 석갱이캠핑장
초록이 깊어가는 날 바다의 초대를 받았다. 태안반도 끝자락에 있는 구례포 석갱이 오토캠핑장이다. 엄지손가락 두 개가 절로 올라갈 만큼 아름다운 바다와 솔숲. 여섯 살 경하와 여덟 살 은결이를 그 아름다운 풍광 속으로 밀어넣었다. 신이 난 아빠들도 덩달아 환호성을 질렀고. 태안 구례포 석갱이캠핑장에서의 바닷가 캠핑 1박2일.
17시 30분: 태안 앞바다에 지은 집
"아빠, 신발을 벗을래요. 모래가 자꾸 들어와서 아예 벗는 게 났겠어."
구례포 모래사장에서 경하가 샌들을 벗었다. 서울에서는 손에 흙 조금 묻히는 것도 질색하던 여섯 살 깍쟁이. 잠시 뒤엔 한 술 더 떠 이웃집 누나 은결이와 모래 장난을 시작한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아빠들은 한 창 집을 짓는 중. 산악용 알파인텐트와 가족용 오토캠핑 텐트 두 채를 후딱 지었다. 알파인형은 무게가 가볍고 부피가 작다. 주로 산에서 잘 때 이용한다. 실내는 좁지만, 휴대가 무척 편리하다. 아이들의 입이 한껏 벌어지며 "우리~집"을 외친다. 원통형 텐트는 체고(體高)가 높아 허리를 숙이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타프(그늘막)와 결합해 가족용으로 훌륭하지만 상대적으로 비싸고 무겁다.
6월 마지막 주말의 석갱이오토캠핑장(010-6420-2875)은 호젓하다. 모래사장 한쪽에선 새로 짓는 화장실 마무리 공사가 한창. 캠핑장측은 7월 중순이면 모든 편의시설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했다. 서해안고속도로 해미IC로 나와 태안반도 끝자락으로 한 시간을 달리면 도착한다. 마지막에 길을 헷갈리기 쉬운데, 내비게이션으로는 '태안군 원북면 황촌리 산 71번지'를 찍을 것. 텐트 설치비 1일 1만원, 주차료 5000원.
19시 30분: 캠핑 요리
캠핑 요리의 기본은 역시 현지 특산물을 구입해 그릴 위에 올리는 것. 캠핑장 도착 직전 태안읍 상설시장에서 장바구니를 들었다. 서해의 바닷가 캠핑장이니만큼 오늘은 해산물의 날. 태안 시장의 상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소라와 백합을 추천했다. 모두 ㎏당 1만원. 은결이와 경하가 "어서~ 어서~"라며 보챈다. 전날 마트에서 준비한 아이스박스 안의 돼지고기와 파프리카, 소시지, 햄, 새송이버섯 등이 순서대로 그릴 위에 올라간다. 서울에서는 입에 넣어줘도 안 먹겠다 보채던 녀석이 오늘은 먼저 포크를 들고 날뛴다. 채 식지 않은 소라와 백합을 호호 불며 순식간에 한 그릇 뚝딱. 밥과 찌개는 가스 스토브에서 김을 내며 끓는다. 가솔린 스토브는 추운 겨울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용법이 복잡한 편. 겨울 캠퍼가 아니라면 가스가 분명 편하다. 옆자리에서 은결이가 밥을 더 달라 조른다.
- ▲ 모닥불 앞에서 가족은 하나가 된다. / 영상미디어 김승완 기자 wanfoto@chosun.com
"저기 봐, 저기. 아빠, 배가 지나가요."
은결이가 손가락으로 바다를 가리킨다. 모닥불 옆자리에서 경하가 벌떡 일어선다. "어디? 어디?"
실제로 부~우 소리를 내며 밤배가 지나간다. 그 위로는 보름을 이틀 앞둔 달님이 둥실 떴다. 지우개로 살짝 지운 듯 귀엽게 이지러진 달.
사실 이날 모닥불은 존재 자체가 위태로웠다. '수퍼맨 아빠'들이 실수로 장작을 미리 준비하지 않았던 것. 원래 태안읍내 시장에서 구하려 했지만, 시장은 장작을 팔지 않았다. 오토캠핑장에도 판매하는 장작은 없었다. 당황하던 순간 인심 좋게 생긴 관리인 이민행씨의 한 마디. "솔방울 한 번 주워 때 봐유~ 생각보다 잘 탈테니께. 저쪽으로는 들어가지 말구유. 뱀 나와유~"
소나무 우거진 석갱이캠핑장에는 솔방울이 지천이다. 경하와 은결이가 "내가 할 거야"를 번갈아 외치며 비닐봉지 가득 솔방울을 담아온다. 마른 솔방울의 화력은 기대 이상. 차콜(Charcoal)만큼의 화력은 아니지만, 주변 나뭇가지들과 어울려 밤의 한기를 단숨에 날려버린다. 화로대 안의 솔방울이 탁탁 소리를 내며 불타오른다.
- ▲ 솔숲 사이에 지은 작은 집 한 채. 캠핑 의자에 앉는 시간은 곧 하루를 되돌아보는 시간이다. / 영상미디어 김승완 기자 wanfoto@chosun.com
경하와 은결이의 이마가 맹폭(猛爆)당했다. 대부분이 만족스러웠던 이번 바닷가 캠핑에서 거의 유일한 불만은 바로 모기 군단(群團). 쉴 새 없이 몰아친다. 붙이는 모기약과 모기향을 미리 준비했지만 별무소용. 아이들은 가렵다고 연방 이마를 긁어대면서도 어처구니없게 "내가 더 많이 물렸다"며 경쟁이다. 서늘한 밤바다. 정신여고 영어선생님인 은결 아빠 이경욱씨가 아이들 추울까 봐 꾀를 냈다. 밖에 있던 작은 알파인 텐트를 가족 텐트 안으로 들인 것.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집 안에 지은 또 하나의 집. 은결이와 경하가 침낭 안으로 들어간다. 침낭 밑으로 팔베개를 해준다. 파도가 대신 불러주는 자장가에 아이들이 눈을 감는다. 태안의 밤이 다음 날로 접어든다. 10년 뒤 아이들은 오늘 밤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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