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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캠핑 꼭 가야겠니?

by 시리우스 하우스 2012. 2. 9.

환풍기에 프로판가스통까지 도시생활 복제하는 캠핑은 아냐

요즘 캠퍼들, 장비 사랑(자랑)이 장난이 아니다. 초기 장비를 구입할 때 집채만한 텐트(진짜 원룸만하다)가 아니면 거들떠도 안 본다. 또 수십 가지나 되는 캠핑 장비를 단칼에 마련해야 직성이 풀린다. 캠핑 가는 이들 짐 보따리는 웬만한 이삿짐 저리 가라다.

우리나라 캠퍼들의 남다른 캠핑 사랑은 겨울 캠핑에서 절정을 이룬다. 사실, 나도 캠핑이라면 죽고 못살지만 겨울 캠핑은 썩 내키지 않는다. 어쩌다 작심하고 눈 맞으러 떠날 때를 제외하고는 쉽게 결행하지 않는다.

왜냐고? 춥기 때문이다. 나는 텐트 안에 둔 물도 꽁꽁 어는 영하의 추위에 캠핑을 하는 일이 영 마땅치 않다. 하지만 이 땅의 열혈 캠퍼들은 괘념치 않는다. 한겨울에도 달력의 빨간 날마다 동그라미를 쳐가며 캠핑을 떠난다. 캠핑을 가는 그들의 모습은 혹한기 훈련에 돌입한 특전사 대원처럼 비장하기까지 하다.

겨울 캠핑은 여름 캠핑과 차원이 다르다. 우선 장비가 갑절은 더 많이 필요하다. 추위를 막는 보온·난방 장비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우선 실내 취사가 가능한 대형 텐트는 기본이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를 막으려면 매트리스와 전기장판 등이 필요하고, 두툼한 겨울용 침낭도 있어야 한다. 어떤 캠퍼들은 아예 텐트 바닥에 보일러를 놓기도 한다. 텐트 바닥에 호스를 깔고, 난로에서 데워진 온수가 흐르게 해 난방을 한다. 이쯤 되면 집짓기 수준이다.

텐트 실내 보온도 관건이다. 캠퍼들이 많이 쓰는 것은 석유난로. 밤새 난로를 켜놓고 텐트 안 보온을 한다. 온기를 구석구석 보내려고 서큘레이터(환풍기)를 설치하는 캠퍼도 있다. 프로판가스통에 부엉이(버너가 부엉이 눈 모양으로 생겼다 해서 붙은 별명)를 달아 쓰기도 한다. 좀더 낭만을 추구하는 캠퍼들은 텐트 안에 화목난로를 설치한다. 텐트 안에서 장작을 때 난방을 한다. 연기가 빠져나갈 수 있게 난로에 연통을 붙여 텐트 지붕이나 옆으로 빼놓는다.

이 정도면 완벽하다. 웬만한 추위는 끄떡없이 견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겨울 캠핑 방식에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캠핑이란 자연과 소통하는 일이다. 캠핑을 떠나서까지 문명의 혜택을 무제한 누리려는 태도가 바람직한 것일까. 그토록 요란스럽고 거창하게 중무장을 하고 캠핑을 다녀야 하는 걸까. 하룻밤 보내기 위해, 텐트와 난방장비 설치하고 걷는 데 반나절 이상을 허비하는 일이 효율적일까?

어떤 방식으로 캠핑을 다니든 그것은 캠퍼 본인의 선택이다. 겨울 캠핑에서만 만날 수 있는 낭만과 멋도 분명히 있다. 다만, 캠핑이 어른들을 위한 '캠핑(장비)놀이'로 변질되는 것이 안타까워서 하는 얘기다. 캠핑이란 본래 약간의 부족함을 즐기며 자연 속에 머무는 일이다. 그 부족함을 자연으로, 그리고 캠퍼간 소통으로 채울 때 캠핑은 캠핑다워진다.

<캠핑폐인> 저자